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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에세이] 이 시대의 땅끝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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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티아고
작성일 23-07-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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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행1:8)"

너무나 유명한 말씀이어서 암송하시는 분들도 많은 구절입니다. 특별히 디아스포라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지내시는 네트워크교회 지체분들에게 각별히 다가오는 말씀이 아닐까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초대 대통령께서 언급하셨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연설문이 유명한데요, 저도 어릴 적에 들은 이 문장이 그동안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남아있어서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던 기억이 납니다. '흩어진다'는 말은 저에게 어쩌면 중심에서 주변부로 파편처럼 쇠락한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였는지 모르겠네요.

대한민국은 근대화를 이루면서 도시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충남 부여의 빈농 집 장손이셨던 제 선친께서도 열네 살에 서울로 상경하셔서 고학을 하며 어렵게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그렇게 모여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기업은 성장하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면 계열사를 만들어 뭉치더니 이내 재벌이 되어서 시장에서의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마불패'라는 용어는 생존을 넘어 불의한 일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통용되기 시작했고, 경제계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 쪽에서도 보스를 중심으로 추종자들이 뭉쳐서 세를 과시하고 한발 더 나아가서는 '패거리' 정치까지 내달리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와 부패에 맞서기 위해 펜 대신 화염병을 들어야 했던 학생운동 진영에서 울려 퍼진 구호 역시, '대동단결'하여 '강철같은 대오'로 뭉쳐 광장으로 '집결'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교회는 어땠을까요?
모두 아시다시피 대형교회가 출현하고 기독교인들은 첨단 건축 기술을 집대성한 웅장한 예배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큰 교회여야 큰 사역이 가능하다"라는 통념이 슬며시 목회자와 교인들 사이에 스며들었습니다. 쓰레기 같은 정크 푸드를 너무 많이 처먹어서 고도 비만에 빠진 개인이 동맥경화와 온갖 성인병으로 인해 건강이 무너지는 것처럼, 교회도 어쩌면 기업이나 정당처럼 세속화되면서 이를 지켜보시는 하나님(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성경 구절 대신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큰 자리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라는 대사를 소개하고 싶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공룡처럼 비대해지는데 오직 가족 시스템만이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오늘 묵상한 사도행전 1장 8절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여 승천하시기 전에 남아있는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어릴 적 교회학교 시절을 지낼 때, 저는 이 구절이 늘 도전이 되고 걸림돌로 느껴졌습니다. 그건 앞으로 내가 성인이 되어 사회로 진출하게 될 때, 제 진로에 선교사가 되어 해외 오지로 떠나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부담감과 행여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진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이중으로 제 마음을 짓눌렀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다시 교회로 돌아왔고 새벽마다 말씀을 읽고 들으며 묵상하면서 요즘은 이 말씀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예전에는 땅끝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은 제 주변에서 만나고 보게 되는 신음하는 사람들이 바로 땅끝이라는 확신이 들곤 합니다. 왜냐하면 지구는 둥그니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결국 떠난 자리의 뒤통수(와 그 주변 자리)가 끝이기 때문이고, 궁핍하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한 뼘도 안 되는 비빌 언덕마저 없다면 그들은 항상 막다른 낭떠러지에서 세상의 끝을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작은 씨앗 네트워크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크시다는 사실에 늘 감사가 나옵니다. 우리에게 휘황찬란한 예배당이 없어 온라인 줌으로 모이게 하셔서 감사하고, 큰 사역이 아니라 작은 사역을 통해 백척간두에 매달려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웃을 돌보게 하셔서 감사하며, 무엇보다 초대 교회가 박해로 인해 예루살렘(중심)을 떠나 사마리아와 이방 세계(땅끝)까지 흩어져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증인이 되었던 것과 같이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 이후, 동일한 체험을 하게 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이제 다시 말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삽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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